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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장기/배낭여행(2018-2019)

[일기] 2018.11.26. 루마니아의 추억 - 첫 날

by 해바라기 씨 2021. 6. 20.

 밤새 비는 계속됐다. 자기 직전과 새벽에 누가 체크인을 해서 몇 번 잠에서 깼고, 4시 반에 못 일어날까 두려웠는지 선잠을 잤는지 4시에 일어나 오 분마다 시간 체크를 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끄고 살금살금 방을 나왔다. CIA 공항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었다. 우버를 불렀는데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다. 새벽이라 그런가, 24유로로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그래도 돈이 아깝긴 했다.

 

 공항은 정말 코딱지만큼 작았다. 아무리 작게 설계된 공항이라도 그렇지, 로마가 얼마나 관광객이 많이 찾은 곳인데... 유럽 내부에서 왔다갔다하는 비행기를 수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말 코딱지만 했다. 가고시마 공항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게 카운터의 전부다

 

 5시 15분까지 공항에 도착하라더니, 위즈에어 놈들은 6시가 다 되어서 카운터를 오픈했다. 환장할 노릇이다. 늦게 도착한 사람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줄 서서 짐 부칠 정도? 나는 내 소중한 수면 시간을 깎아 가며 일찍 왔더니, 이 사람들은 도대체가 약속을 지킬 생각을 안 한다.

 

 

 어쨌든 나는 그 누구보다도 먼저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부쳤다. 모든 것이 수월했다. 저번에 샌야한테 듣기로 본인은 일곱 시 몇 분에 이 공항에 도착할 거라고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모른 척했을 수도 있고. 멋진 사람이지만 나랑 잘 맞지는 않았다. 나는 크루아상과 무슨 빵을 하나씩 사서 물과 함께 먹었다. 유로가 꽤 남았는데, 앞으로 무용지물이 될 예정이었다.

 

위즈에어 보딩패스. 이거 찍고 기절했다.

 

 위즈에어는 라이언에어 같았다. 구렸다는 뜻이다. 좌석이 작다는 뜻이고. 처음 1시간은 기절할 것처럼 잤다. 그러고 깨니 금방 도착해 버렸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까지는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내려서 가방을 찾을 때 보험사에서 연락이 왔다. 월요일, 화요일에는 예약이 되는 병원이 없다고.

 답답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예정에도 없고, 아는 것도 하나 없고, 관심도 없는 여기까지 왔는데. 어쨌든 계속 있을 거니까(계획이 없으니까^^) 그다음 날짜 되는 대로 잡아달라고 했고, 결국 예약을 잡았다.

 

 그래도 씩씩하게 가방을 찾아 둘러맸고, 위아래 버클도 다 채워서 등에 단단하게 붙였다. 아주아주 낯선, 갈 거라고 생각도 안 했던 나라에 방금 첫 발을 디딘 거니까. 약간 어리버리하게 굴긴 했지만 카드를 넣어서 최소한의 환전을 먼저 하고(루마니아는 화폐를 따로 쓴다) 구글맵으로 검색해서 숙소까지의 버스표를 샀다. 공항에서 출발하는 버스인지 처음엔 아무도 없었지만, 정거장을 몇 개 지나면서 사람이 가득 찼다. 

 

 루마니아의 첫인상은... '낡았다'였다. 모든 것이 낡고 침침했다. 날씨도 방금 비가 그쳐서 더 그래 보였다.

 

 버스를 거의 30-40분을 타고 내리고 나서야 날씨가 꽤 춥다는 걸 느꼈다. 내린 곳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가깝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거의 직진뿐이라 금방 도착하는 느낌이었다. 비밀번호를 몇 번 틀리고 나서 얼쩡거리다가 겨우 숙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금까지의 그 어느 숙소보다 싸고, 깨끗하고, 시설이 좋은 곳이 나를 맞이했다. 분위기도 아주 아늑하고, 내부도 따뜻했다. 조식도 있고, 스마트 TV가 있는 휴게실이 있고, 화장실이 한 층당 두 개에 좋은 향기가 났다. 일기를 쓰는 지금 휴게실에서 어떤 자가 TV와 연결된 콘솔로 오버워치를 하는 중이다.

 

내가 배정된 방. 방에 침대가 좀 많은 편이다.

 

 체크인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었고, 그때 숙소에는 다른 손님은 없이 카운터 직원과 청소 직원이 있었다. 영어를 꽤 하는 것 같아 내가 가게 될 병원의 위치를 물으려고 카운터 직원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내가 가진 증상에 대해 루마니아로 번역 검색을 했고, 이게 제대로 번역된 거냐고 영어로 물었다. 리셉션 여자는 정색하며 이건 간 질환 얘기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당황하자, 방광이라는 뜻의 루마니아어로 정정하여 적어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식사를 해결해야 해서 가방만 두고 숙소를 나왔는데, 이 동네는 식당이 별로 없었다. 분명 루마니아의 수도인데...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메인 시티인데... 정말 뭐가 없어서, 사람이 걸어다니지 않는 주변을 기웃거리다 구글맵에 그나마 뜨는 일본 음식점에 들어갔다. 가츠동과 샐러드를 주문하고 검색해 봤는데, 루마니아엔 식당이 잘 없으며, 종류도 적다고...ㅠ 당장 내일부터는 뭘 먹으며 놀아야 하난 싶다. 나온 음식은 먹을 만했다. 가츠동을 실패하면 그건 정말 문제 있는 거다.

 

 돌아와서 바로 샤워를 했다. 날씨가 정말 춥다. 그래서 아주아주 뜨거운 물이 나오는 게 정말 고마웠다. 화장실은 정말 깨끗했고, 지금까지 갔던 숙소 중에 가장 뜨거운 물이 나왔다. 샤워가 끝나고 부스에서 나오니 바닥이 물로 흥건해서 깜짝 놀랐지만, 물어보니 원래 그렇다고 한다. 난 또 내가 물을 너무 많이 써서 어디가 터진 줄 알았다. 안심했다.

 

 내일 무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게임하면서 쉬고 싶다. 

 

 

 

 

 

숙소 정보) http://firsthostel.ro/

- 이름: First Hostel Bucharest

- 위치: 부쿠레슈티 구시가에서 도보 15~20분

- 비용: 혼성 도미토리 1만 원~1만5천 원(조식 포함)

- 장점: 청결, 친절함, 저렴한 숙박비와 세탁 서비스, 스마트 TV가 있는 휴게실, 조식

- 단점: 방 안에 침대 수가 많은 편

- 총평: 가격과 서비스 생각하면 무조건 이득인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