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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장기/배낭여행(2018-2019)

[일기] 2018.11.23. 바티칸, 똥맛 봉골레

by 해바라기 씨 2020. 11. 29.

 오늘은 바티칸에 갔다. 느지막이 어제처럼 나왔다. 아침에 중국 출신 아줌마가 체크아웃했다. 사실 샤워하러 들어가기 전에 내가 거의 나가려는 걸 보고 인사를 했다. 그분은 마지막까지 따뜻했다. 명함을 드리지 못한 게 아쉽다.

 

 

 바티칸까지는 지하철을 탔고, 지상으로 나와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에게 붙잡혔다. 바티칸 일일 여행권을 파는 홍보맨이었다. 진짜 괜찮은 조건이라며 박물관과 시스테나 성당까지 볼 수 있다며, 가이드와 패스트 티켓에 대해 설명했다. 근데 56유로였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싸서 계속 서서 음, 음, 하며 망설였다. 그가 내 예산이 얼마냐고 자꾸 물어보길래, 나는 40유로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그 가격에 해주겠다며 컨펌했다. 사무실에 나를 데려가려는 것을 따라가 돈을 내고 잠시 그곳에서 대기했다. 아마 사람을 더 모으는 것 같았다. 옆에 들어온 일본인 남자 둘은 나보다 훨씬 싸게 티켓을 사서 순간 억울했는데, 그 사람들은 패스트 티켓만 사고 가이드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 가서 알았다. 사무실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친구 SJ와 이런저런 이야기로 카톡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때의 SJ와는 이런저런 일로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도 그냥.. 좋은 친구니까. 나와 완벽히 같은 수는 없을 테니까 여기서 잊어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덕분에 바티칸에 집중할 수 없었다. 정신이 없었다. 

 가이드와 눈을 마주치고, 적당히 들으면서 '예쁘고 유명한' 것들을 찍었다. 

입장 티켓
날씨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지금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에도 보면서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아무리 관심이 없다 해도, 조금 유심히 볼 만도 한데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계속 피곤하기만 했다.

 

 거의 2시가 넘어서 끝났다. 배가 고팠다. 바티칸 외곽을 막 걷다가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봉골레를 주문했다. 정말 쓰레기 같은 맛이 났다. 아무리 먹을게 없는 것으로 유명하 바티칸이라고 해도, 어쩜 이렇게 맛이 없을 수가 있는지. 와인도 식사가 나오고 한참 지나서 서빙되었고, 마지막으로 입에 넣은 조개에서는 똥 맛이 났다.

 

똥 맛 봉골레

 

 

 바티칸 외곽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는 이곳에 큰 로망이 없다. 그냥 길을 걸으면서 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리고 가끔 사람이 많지 않으면서 예쁜 공간에 햇살을 만끽하는 것이 나에겐 가장 즐거운 여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럴 때마다 역사와 미술 공부를 조금이라도 하고 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역시 지루하고 피곤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돌아오면서 SJ와 또 카톡을 하고, 그 애가 걱정이 돼서 숙소에 일찍 돌아오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에 얘기를 하니 실없이 좋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빨래도 맡기고 왔다. 젠장.. 9유로나 썼다. 오늘 돈을 정말 많이 썼기 때문에 내일은 아껴야 한다. 무조건 5만 원 밑으로 쓰도록 하자.

 

 전화를 끊고 나니 자꾸 머릿속을 스치는 친구들에게(SJ, JW등) 엽서를 썼다. 숙소에서 파스타 파티를 했지만 정말 맛이 없어서 나는 배고파도 먹지 않겠다고 하고 숙소 근처 피자집에 왔다. 이번엔 마르게리따를 먹었다.

마르게리따와 아란치니, 제로콜라

 오늘은 대체로 마무리가 좋다. 미국에서 온 나탈리는 루마니아에서 1년 정도 살았다고 한다. 방금 만난 샤오윤은 대만 사람이다. 네이튼이 갑자기 인사를 하길래 나도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