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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장기/배낭여행(2018-2019)

[일기] 2018.11.12 설명충, 보로마켓, 자연사 박물관, D가 준 배지

by 해바라기 씨 2020. 5. 26.

(11월 11일 저녁에 있었던 일)

숙소 사람들이 말을 걸어서 말을 트기 시작했다. 처음엔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전공, 그냥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예의 바른 독일 학생과 말 많은 스위스인 학생, D(셰프, 아저씨, 게임회사에서 일했고 말이 많음), 나이지리아 사람이랑 이야기했다. 어쩌다 보니 다들 남자였다.

스위스 사람의 이름은 M인데, 이 사람은 물어보지도 않은 것들을 줄줄 읊었다. 처음엔 잘 들어주다가 나중에는 조금 짜증이 났다. 어쨌든 칭찬하려고, 너는 참 선생님^^같다고, 나는 내 전공에 대해 그렇게까지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처음보다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왜냐고 묻는다. Aㅏ...

못할 수도 있지, 사람은 무안하게 하고 그러냐ㅠ 나는 내 전공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왜냐고 다시 물었다. 왜 싫어하는 걸 공부하냐고. 이쯤 되니 슬슬 꽁기해진다.

한국은 너처럼 아르바이트하면서 백년 만년 머리가 벗어지도록 공부만 해도 살만한 나라가 아니세요... 아무리 공부가 좋아도 님처럼 싼 호스텔을 전전하며 n년을 생활하고 싶지도 않고요... 아무튼 조금 짜증이 났다. 성형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이건 독일남이. ㅎㅎ한국인에겐 너무 진부한 질문인데 어쨌든 이렇다 얘기해주고 내 생각도 말했다. 그 짜증 나고 무례한 M은 이해할 수가 없다, 크레이지라며 계속 자기 의견을 피력했고 독일남은 눈치를 보며 메이비.. 하고 듣기만 했다.

그다음엔 언어 얘기도 했는데, 이 사람들은 여러 언어를 했다. 특히 스위스 사람은 여러 개를 했는데 완벽하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잘난 척은 매우 잘 했다. 이슬람 계열의 언어(비슷한데 다른 유럽의 언어들)를 했다. M은 노력만 하면 인간은 50개의 언어를 할 수 있다며ㅎㅎㅎㅎ 알아따~ㅎㅎ 나이지리아 사람은 영어를 잘 하면서 나이지리아 토착어 몇 개를 했는데, 나이지리아의 공식 언어는 영어지만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 뒤로 여러 이야기를 했다. Remembrance Sunday 얘기도 조금 하고, 갈만한 곳, 갔던 곳... 피곤했는데 괜찮았다.

아침에 밥 먹고 엄마랑 통화를 조금 한 후 10시에 맞춰 숙소를 나왔다.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사이언스 뮤지엄에 갔지만 정말 별로였다. 자연사 박물관은 매우 좋았다. 안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한참을 둘러보았다. 엄청 넓고 알찼다. 지구 생물체 탄생의 분자생물학적 이야기에서부터 지질학, 동물학, 식물학까지 정말 큰 분야의 내용들을 알차게 전시하고 있었다. 모형 화서, 뼈, 동물 박제 등 엄청 리얼하고 멋졌다. 영화에 나올 법하게 큰(홀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큰) 화석은 아쉽게도 실제가 아니라고 한다. 사이언스 뮤지엄을 먼저 보고 오느라 발도 다리도 지쳐서 다 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박물관 카페테리아에서 맛없고 짠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이른 점심을 때운 것이 다행이었다. 박물관에서 나오고 나니 벌써 세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숙소 친구가 이거 가짜라고 말해줘서 김이 샜다. 좋은 정보 고마워

 

척추동물학 수업이 생각나는군...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남

 

보로 마켓은 그저 그랬다. 사람도 없고 내가 볼 거라고는 먹을거리밖에 없었다. 사실 내가 헤매면서 봤던 시장 내부는 스트리트 푸드가 성행하는 곳이 아니었고 알고 보니 먹을거리가 모인 곳은 마켓을 나와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나는 마켓 안에서 버섯 리조또만 먹고 나왔다.

보는 건 되게 맛있어 보였는데

 

그저 그랬다. 남이 만든 버섯 리조또는 처음 먹어봐서 음 이런 맛이구나, 했다

 

여기가 먹자골목이었는데 또 허튼 곳에서 헤맸던..

 

바로 세인트폴 대성당으로 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까 티켓 클로징... ㅎ 티켓을 판매하는 마지막 시간대를 막 놓쳐서 허탕을 치고 말았다. 여섯 시가 넘어 있는 미사를 볼 수 있었지만 해가 지고 나서 혼자 밖을 돌아다니고 싶진 않았다. 나 혼자 마음먹은 것도 있고 부모님이 걱정하는 게 너무 커서 혼자 다니는 중에는 해 질 때 숙소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이대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물을 사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해가 져간다.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허탕을 치고... 그냥 한 번 찍어본 공원의 모습

 

평소에 내가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 때문에 나밖에 없을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사람이 좀 있었다. M과 잠깐 인사를 하고 D를 만나 게임 얘기를 했다. D가 게임 회사의 직원이었을 때 이야기도 들었는데, 반만 알아들었다. 정말 친절하게도 PS의 배지를 나눠주었다. 별건 아니지만 감동했다. 내가 어제 십 대 때 ps4를 사는 게 꿈이었다고 한걸 기억했나 보다. 감사!

오늘 먹은 게 샌드위치, 리조또 약간, 커피뿐이라(아니다, 아침도 먹었군) 터무니없이 적게 먹어서 지금 좀 배가 고프다. 보로 마켓에서 산 덩어리 초콜릿을 꺼냈다. 왜 샀는지 모르겠다. 별로 먹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