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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장기/배낭여행(2018-2019)

[일기] 2018.11.10 첫 라이언에어, 비 오는 런던, 새 숙소 발냄새

by 해바라기 씨 2020. 5. 26.

어제 사둔 아침밥. 맛은 없다

 

한가롭게 잘 숙소에서 나왔다. 햇살이 좋았다.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해서 줄을 기다렸다. 악명은 높았지만 최악은 아니었다. 중간에 비자 체크를 받고 짐을 부쳤다. 공항도 매우 한산하여 기다리지 않고 금방 들어갔다. 갑자기 게이트가 바뀌는 일도 없었다. 다만 타고 나서 거의 1시간을 기다렸다가 출발했다.

 

타기 전에도 좀 기다렸는데 탄 후에도 한참 기다려야 했다

 

 

안전안내도 앞좌석에 붙어있다. 모든 부분에서 비용을 줄이는데 왜 가격은 그만큼 싸지 않지?

영국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나한테는 질문을 좀 했다. 어디서 왔는지, 뭘 하러 얼마나 있을 건지(뭘 보러 다닐 건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길래 가지도 않을 예정인 셜록 홈스 박물관 이름을 댔다;;) 물어봤다.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는지 안 정했다고 하니까 앞으로 예약된 서류를 보여달래서 파리 가는 버스 티켓이랑 부다페스트-상하이 비행기 이티켓을 보여주었다. 준비해 와서 다행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안 물어보던데.. 역시 좀 빡세다. 그때 그 대한항공 직원이 유럽 외부로 나가는 티켓 없으면 입국 거부 될 수 있다 어쩐다 얘기했던 게 영 허튼소리는 아니었나 보다. 영국은 쉥겐 국가가 아니기도 했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본격적으로 오는게 보였다. 소리도 컸다. 엄청 왔다. 축축하게 추운 상태에서 좀 기다렸다가 내셔널 익스프레스를 탔다. 더 일찍 탈 수 있었는데 개 같은 방광 때문에 줄 서던 중간에 화장실을 가느라(막상 가니 소변도 얼마 나오지 않았다) 버스를 하나 보내는 바람에 추운데 거의 사십 분을 서 있었다. 어깨가 무너지듯 아파 왔다. 스텐스테드 공항은 런던 시내에서 먼 데다, 비가 오고 차가 막히는 바람에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빅토리아 역 쪽에 내려서 그런지 버스 정류장도 많고, 구글 지도를 보니 숙소 바로 앞에서 내려주는 버스가 있길래 그걸 타기로 했다. 현금을 안 받는대서 빅토리아 역으로 들어가 오이스터 카드를 샀다. 늦은 시간이고 몸도 젖어서 마음이 급했다. 사람들은 알아서 잘 다니는데 나는 정처 없이 헤매느라고 걸음이 빨라지기만 했다. 굳이 서두를 필요 없는 것을... 버스에서 내려서 밤에 혼자 숙소를 찾을 생각을 하니 긴장이 풀리지 않았나 보다.

비는 계속 추적추적 왔다. 금방 온 52번 버스는 잘 가다가 무슨 이유로 오늘 내일 노선이 바뀐다며 어딘가를 빙 돌아갔다. 재수 없게 꼭 첫 행선지에서 이런 일이... 나는 불안해졌다. 근데 한참 뒤에 다시 숙소 쪽으로 가길래 어떤 아저씨와 같이 내렸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더라도 사람도 잘 안 보이고 길이 미끄러워서 불안했다. 도로 양쪽으로 늘어진 주택가에 숙소가 있는데 집들이 다 비슷하게 생겨서 그 주변을 맴돌며 두 번은 그냥 지나쳤던 것 같다. 구글 지도를 보며 번지수를 확인하다가 겨우 찾았다.

숙소는 런던에 지점이 여러 개가 있는 아스터 게스트하우스다. 내가 묵은 곳은 아스터 하이드 파크였다. 바로 옆에 하이드 파크가 있는 동네이다. 대형 게스트하우스라 그런지 뭔가 본격적이긴 한데 소규모 숙소보다는 깨끗함이 덜 하고 소셜라이징도 덜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게다가 내가 묵을 방으로 들어갔는데 엄청난 발냄새가 났다. 화장실은 더럽고... 하나는 막혀 있었다. 수납공간이 없어서 배낭은 바닥에 놓고 앞가방과 옷 파우치는 침대 구석에 올려 두었다. 윽, 빨리 파리로 가고 싶어진다. 충전할 곳도 별로 없다. 원래는 침대마다 USB 포트가 있어서 충전할 수 있는데 내 침대는 그게 고장이 나 있다. 일단 노트9으로 바꿔서 다행이다. 내일도 비가 올지.. 하긴 여긴 영국이니까. 사실 누워서 내내 놀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