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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 단기/태국 방콕,치앙마이(2016)

[치앙마이] 일곱째 날 / 카우 쏘이, 카렌 족 마을과 님만해민(2016.06.28)

by 해바라기 씨 2020. 5. 24.

 

 

아침 날씨는 매우 좋았다. 잠깐 비가 왔다가 그치니, 기온이 내려가서 한결 산뜻했다.

요즘과는 다르게 여덟 시에 일어나서 한결 피곤이 덜했다.

 

원래는 더 일찍 내려가서 예약한 시간에 아침식사를 해야 했지만, 딱히 숙소 측에서도 시간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조금 뒹굴다 내려갔다.

 

 

 

 

 

 



날씨가 꽤나 좋다.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기분.

 










오늘은 요거트가 들어간 아침으로 미리 주문했다. 전날 내가 왔다 갔다 할 때 프런트의 직원이 내일 아침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미리 묻는다. 미리 시간과 메뉴를 말해주면, 내 얼굴을 기억해서 그런지 아침에 내려오자마자 아침을 준비해준다.

 

아침을 잘 먹는 편이 아닌데도 주는 식사 챙겨 먹느라(사실 아까워서) 점심때까지 꽤나 더부룩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 다시 낮잠을 더 자고 나왔다. 이런 게 진짜 휴식인 것 같아 너무 즐겁다.

 

 

 

 

 

 



점심 때 천천히 나와 더부룩해도 먹은 카우 쏘이. 

아무 계획 없이 숙소를 나와 지나치던 식당에 들어갔다. 북부 음식인 카우 쏘이 까이(닭고기)와 해물이 들어간 야채볶음을 주문했다.

카레와 코코넛 밀크로 국물을 내고, 달걀을 넣어 만든 면인 바미가 들어가 음식이다. 면은 튀겨져 있었고, 닭 다리가 하나 들어가 있었다. 부드러운데 카레 맛이 나서 좋았다. 내 취향대로면 튀긴 면이 아니라 쌀국수만 들어갔으면 좋았을까? 면이 국물을 한참 흡수하고 나니 다 먹어갈 즈음엔 조금 느끼했다.

야채볶음은 그냥 그랬고, 퀄리티에 비해 비쌌다.

저녁에는 꼭 고기 덮밥을 먹겠다고 다짐하고 가게를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카렌 족 마을까지 왕복 100B에 데려다주겠다는 뚝뚝 기사님을 만났다. 

 

 

횡재한 마음으로 탔는데, 마을 입장료가 500B였다(ㄷㄷ......). 그리고 나중에 뚝뚝 기사에게 요금을 줄 때는 100B가 아니라 300B였다.

내가 잘못 들은 건지, 바가지를 씌우는 건지 모르겠지만(하긴 100B 면 방콕 택시비도 안 나온다) 알겠다고 하고 님만해민까지 데려다준 추가 70B까지 해서 370B를 주었다. 

 

알고 보니 오늘 벌써 1000B가 넘는 돈을 썼다.




뚝뚝을 타고 가는 카렌 족 마을은 타페 게이트에서 꽤나 멀었다. 쪄 죽을 것 같은 탈것을 타고 거의 15~20분을 달려야 했다. 

 

 

근처에 코끼리 사육장 등 관광지가 모여 있었다. 그래서 다른 곳 여러 군데 돌아도 300B에 해주겠다고 했구나, 생각했다. 

아마 내가 카렌 족 마을만 방문하고 돌아가는 것에 조금 신나 했을지도. 

코끼리 사육장은 가고 싶지 않았고, 혼자 여행하면서 다른 액티비티(?) 장소에 들리기는 이런 귀차니즘이 용납하지 않았다.







뚝뚝 기사는 기다린다고 했고, 입장료 500B를 마을 입구에서 어떤 사람이 받았다. 

 

처음에는 마을을 방문하는 데 왜 입장료를 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 했다. 원래 살던 제주 바닷가 우리 동네에 들어갈 때는 어느 누구도 입장료를 내지 않았으니까. 마치 동물원 들어가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이 들자 혹시 잘못 데려다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사진으로 보던 목에 링을 찬 여인들이 있는 건 맞았다. 

생각보다 사람이 매우 없었다. 

입구부터 길이 끝날 때까지 전부 비슷한 수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나이트 바자나 선데이 마켓에서 수십 번은 본 것 같은 스타일의 장신구나 가방을 팔고 있었고, 다른 점이라고는 카렌 족 관련 인형이나 금색 링 장신구가 많다는 정도였다.  




[2020.05.24추가] 아래 사진들 중 얼굴이 특정지어질 수 있는 사진은 블러 처리했다



마을에서는 아무리 아이라 해도 여자들은 전부 목에 링이 있었다.

 






 

나이 많은 사람일수록 링을 목에 많이 두르고 있는 건 알았지만, 충격적일 만큼 링을 많이 둘러서 미친 듯이 목이 길어진 할머니가 있는 걸 보고 조금 징그럽게 느껴졌다.









어떻게 봐도 그냥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을 이곳에 옮겨 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020.05.24추가] 어린이 사진 삭제함

 



어른이 없는 가판대에는, 해봤자 초등학교 1학년 정도만 한 여자아이가 진열대를 지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조금만 목소리로 이건 50밧, 저건 100밧이라고 하며 말을 걸었다. 그리고 하나 사가고 나서 사진을 찍어도 되나 물어보자 얌전하게 서서 카메라를 쳐다봤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보지 못하던 모습에 대해 같이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같이 찍겠냐고 물어본 건데, 아이가 익숙한 듯이 양손을 모으고 얌전히 서 있자 옆에 얼굴을 같이 들이밀고 셀카를 찍으면 아이와 나의 표정이 너무 차이가 날 것 같아서 찍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후닥닥 찍고 나와버렸다.

 

지금 사진을 다시 확인해 보니 아이가 목에 링을 두른 부분 안쪽에 얇은 천이 대어져 있다. 어쩌면 어린 살결에 무거운 쇳덩이가 닿는 바람에 맨살에 상처가 나서 천을 댔을 수도 있고, 그냥 천을 두른 것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간 관광지 중에 이 마을이 제일 기분이 별로였다. 마치 오백 밧을 주고 사람 구경을 하러 간 것 같은 기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고, 미안한 마음에 산 작은 인형도 찜찜했다.

나가는 데 다시 만난 나이가 많은 여성들은 모두 이에 까만 것이 칠해져 있었다.

 

기분이 더 이상해진 채로 시내로 돌아왔다.

 

 

 

 

 

 

 

도착한 낮의 님만해민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카페에 들어가 반나절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전부 일기에 적고, 쓴 돈을 정리했다. 조그맣고 시원한 작은 카페에서 2인용 소파를 혼자 차지한 채 거의 3시간은 넘도록 시간을 보냈다. 케이크는 너무 느끼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맛이 없었지만(심지어 첫 잔에는 부탁하지도 않은 시럽을 잔뜩 넣어서 돈 주고 다시 바꿈) 나는 여러모로 너무 지쳐 있었다.

장기 여행이라고 해봤자 이제야 일주일 지났을 뿐인데, 아무래도 체력이 너무 부족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기분이 너무 별로였다.

 

 

 

저녁이 돼서 카페에서 나왔다.

보티크니, 수제 가구니 하는 것들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서, 남들 선물을 사기 위해 한참 돌아다니다가 시장보다는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비싼 팔찌를 몇 개 샀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많아지고 차가 많아졌다. 

 

여기에 볼 게 있나 저기에 볼게 있나 구경하면서 길을 여러 번 건넜는데 횡단보도가 없어서 자꾸 차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무단횡단을 하느라 애먹었다. 

그렇게 배고프지는 않아서 숙소 근처 노점에서 밥을 사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레스토랑의 유혹을 꾹꾹 눌러 담고 썽태우를 잡았다.

 

 

 

 

 

 




 

타패 게이트에서 내려 숙소로 걸어 올라오면 저녁마다 카우 쏘이, 덮밥, 팟타이, 고기국수 등을 파는 노점들이 몇 군데 있다. 

 

어제 지나치면서 밥 위에 닭고기를 푸짐하게 얹어주는 걸 보고 오늘은 꼭 이걸 먹겠다고 다짐했다. 

막상 와 보니 돼지고기가 더 맛있어 보여 돼지고기로 포장해 달라고 했는데(족발 부분) 고기 양은 닭고기가 기름도 적고 양도 많은 것 같다. 

포장 주문을 하면 스티로폼 용기에 밥을 푸짐하게 얹어 주고 그 위에 족발 다진 것과 초록 채소(?)를 주는데(아마 데친 시금치 같다), 그 위에 족발 끓인 육수와 겨자+고수 소스를 각각 비닐에 따로 담에 준다. 

숙소로 와서 숟가락을 빌려 짭짤한 육수를 조금씩 끼얹어 소스와 함께 먹었다.

 

이게 45밧 밖에 하지 않는다니, 여기 눌러앉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