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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 단기/태국 방콕,치앙마이(2016)

[방콕] 첫째와 둘째 날 / 굿데이호스텔, 실롬타이쿠킹클래스(2016.06.21-2016.06.22)

by 해바라기 씨 2020. 5. 24.

 

 

태국에 왔다.

 

몇 년을 계획만 했었던 태국에 드디어 왔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리저리 시간 쪼개 가며 여행을 계획했었고, 그 계획이 짧게나마 실현될 뻔했던 작년엔 출국 삼일 전의 폭탄 테러로 아쉬운 마음을 안고 여정을 취소해야만 했다.

 

지금도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돈은 예산에 딱 맞을 정도로 있을 뿐이고, 대학 병원에서도 알 수 없는 등 통증에,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허리 통증도 같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렇게나 오래 꿈꿔 왔던 태국 여행인데도 떠나는 당일에는 전혀 두근대지가 않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하루에 두 번씩이나 전화가 오는 엄마. 혼자 오지(?.. 어머니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임)로 떠나는 딸 때문에 걱정이 많으신지, 어련히 잘 준비했을 사소한 것들까지도 전부 물어보신다. 자주 카톡 해라, 연락해라, 일정을 찍어서 보내라...

 

물론 전부 해 드렸다. 나로서는 혼자 여행을 가도 좋다고 허락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반은 아빠 덕이기도 하고.

 

 

 

지금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가 조금 넘었고, 쿠킹클래스를 다녀와 간단히 샤워하고 쉬고 있는 중이다.

 

 

 

 

 

 

 

 

떠나는 날인 어제는 뭔가 허전했다.

 

항상 뭔가 빠진 것은 없는지, 잘못된 것은 없는지 확인하고 떠나는 타입이었는데 이 여행을 계획한지 하도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할까... 그냥 될 대로 되라지~ 어련히 내가 잘 하겠지 뭐... 하는 생각으로 인천까지 갔다.

지루했던 여섯 시간. 엄마가 걱정하실까 도착하자마자 몇백 원짜리 문자를 한 통 보냈다.

 

어서 숙소로 이동하고 싶었지만, 심 카드를 사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거의 40분은 기다린 것 같다.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내가 선 줄을 담당하는 직원이 일처리가 너무 느렸다.

 

 

 



거의 40분은 넘게 기다렸다. AIS가 사람이 제일 많았는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나도 찾아본 곳이 이곳뿐이라 다른 곳에 가서 구매하지 않고 여기서 긴 시간을 기다렸다. 별다른 차이는 없다고 알고 있다. 내가 산 건 7일 용(전화+문자+데이터 1.5G) 399밧 심 카드였다. 잘 터진다.

 

 

 

숙소는 굿데 이 호스텔이었는데 수완나품 공항에서는 먼 편이다. 짐 끌고 다니다가 늦게 도착하면 혹시나 길을 잃을까 봐 1층으로 내려가서 퍼블릭 택시를 탔다. 

1층으로 내려가 퍼블릭 택시 표시를 따라가면, 티켓을 뽑을 수 있는데(번호표 같음) 거기에 써진 lane으로 가서 택시를 타면 된다. 

퍼블릭 택시는 미터 요금+톨비 로 계산되기 때문에 운이 정말 나빠서 못된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이상 바가지를 뒤집어쓸 일은 없을 것이다.

혹시 걱정된다면 아저씨께 이거 미터 택시가 맞냐고 물으면 된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쏟아졌다. 

분명 고속도로인데도 엄청난 깊이의 물웅덩이가 곳곳에 형성되어 있어 세게 달리면 마치 후룸라이드를 타는 듯했다. 

택시가 낡은 건지 아니면 비가 그만큼 많이 오는 건지, 와이퍼가 자동차 앞 유리를 열심히 휘젓고 있음에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택시 아재는 쾌할한 사람이었는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하하! 레인스 어랏!!캔트 시! 하면서 굼벵이처럼 느리게 운전했다. 

물론 그게 아저씨 탓은 아니지만 호스텔에 물어물어 도착하니(아저씨도 잘 모름) 톨비 합쳐서 640밧이 나왔다..........640.....640......

 

 

 

 

 

Good Day Hostel

1/13 Soi Petchburi 15, Petchburi Rd, Ratchathewi, Pratunam, Bankok, Thailand 10400

Tel : +66-020013663

gday.hostel@gamil.com

 

 

아저씨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안되겠다며 쏘리! 하시더니 짐 빼는 건 내가 하란다. 

안다. 그럴 만큼 비가 쏟아졌다.

 

 





숙소는 정말 깨끗했다. 

짐을 끌고 1층 카페 문을 열려고 하자 2층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분이 달려 내려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인상이 정말 좋았다. 

나는 3층의 여성 4인실을 예약했고 거의 밤 12시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온 사람이 없어 속으로 개 이득! 을 외쳤다.

하지만 씻고 들어오니 누가 자고 있었다. 


화장실에는 세면대 하나, 샤워부스 두 개, 변기 칸 두 개가 있었고 전부 깨끗했다. 

하지만 샤워실에는 찬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딱히 문제는 없었다. 심각하게 찬물은 아니고 더운 날씨에 샤워하기 딱 좋은 온도였다.

 

와이파이도 빨랐고, 에어컨도 빵빵했다. 

여름날 에어컨을 빵빵하게 튼 상태에서 도톰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은 없다.

 

 






등 통증 때문인지 일찍 깼다. 새벽 6시였다. 6시간도 푹 자지 못하고 일어나다니. 앞으로가 조금 걱정된다. 오늘은 약을 먹어야겠다.

 


그래도 더 자보려고 몇 분 더 뒤척였지만 더 누워있다간 통증이 심해지기만 할 것 같아 뭉그적대며 나갈 준비를 했다.

내 건너편에 자고 있던 사람은 내가 뒤척일 때같이 뒤척이더니 먼저 나가 샤워를 하는 것 같았다.

 

 

 

 

 

 

 

밖에 나오니 아침 일곱 시 십분 쯤 되었다. 너무 일찍 나왔지만 아무튼 BTS를 찾아 걸었다. 

한국은 아홉 시가 지났을 테니 엄마에게 연락을 하고 어제 올린 사진을 다시 뒤적거렸다.

 

 

Silom Thai Cooking Class

Silom Thai Cooking School, 68 Silom Soi 13, Silom Road, Bangrak, Bankok 10500

 

 

바로 쿠킹클래스 건물로 가는 것이 아니고, 랏차테위 역에서 먼저 만나 시장으로 다 같이 간다. 

그날 요리를 가르쳐 주실 셰프님이 나와 시장에서 태국의 페이스트나 향신료, 채소에 관하여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정말 유쾌한 사람이었는데, 말도 참 잘하고 여러 나라의 언어를 비교적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어도 조금 하고, 여러 재료들도 부추~마눌~숙쥬~ 하며 내게 설명해 주었다. 나를 Ms. Korea라고 부르며...

 

 

 



여러 가지 curry-based paste.





열심히 파파야를 썰어 주시는 셰프님.

 





팟타이 재료





내가 만든 팟타이. 제일 맛있었다.





쏨땀과 스프링롤.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소스도 직접 만든 건데(다 같이) 단 맛인 강한 소스에 양상추, 스프링롤, 쏨땀의 조합은 최고다. 

달달하고 상큼한데 스프링롤이 따뜻하고 바삭해서 정말 맛있었다.

오늘이 태국 음식을 먹어보는 두 번째 날인데(처음 먹은 건 재작년에 딱 한 번)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큐민, 페퍼, 이름 모를 향신료, 다진 홍고추, 등등으로 만든 페이스트와 코코넛밀크를 넣어 만든 태국식 커리. 태국산 작은 토마토와 감자, 양고기, 월계수잎 등이 더 들어갔다.

싱가포르에 갔을 때 먹었던 그 커리의 느낌이 난다. 진한 냄새... 바로 그것.









 

커리를 다 먹은 후로는 망고와 밥을 먹었다. 매운 것을 먹고 나서 망고를 먹으니 달달하니 좋다.

 

 

 

 

 

같이 갔던 일행 중에는 홍콩 여자분이 네 명, 벨기에 남자분이 두 명이었다.

특히 홍콩 여자분들은 모녀끼리 왔는데(모녀 1, 모녀 2)) 참 보기 좋았다. 

그중에 혀리(?발음이 어려움) 언니랑 친해져서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이따 여섯 시에 같이 야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혀리 언니는 한국어를 4년 정도 공부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동방신기의 재중이 너무 좋아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하는데, 내가 영어를 거의 십 년 배운 것에 비하면 한국어가 정말 능숙하고 유창해서 놀랐다. 대화하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드라마 얘기도 하고 언니가 갔었던 한국 얘기, 내가 갔었던 홍공 얘기를 하다 보니 거리감이 줄어들었다. 

다른 홍콩 모녀도 혀리 언니네와는 처음 보는 사이지만 금방 친해져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홍콩 말을 할 줄 알면 좋으련만.

 

여행 나오면 항상 느끼지만 세상엔 언어를 잘하는 사람이 참 많다. 벨기에 남자 중 한 병은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와 다른 언어 하나까지 합쳐서 총 4-5개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외국어 교육이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 앉아서 공부해봤자 뭐 하나, 어디 써먹을 데도 많지 않고 유창하게 구사할 줄도 모르는데. 

회화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직접 자기가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을 텐데 그런 기회가 참 적다는 걸 느낀다.

 

 

 

 

즐거운 마음으로 쿠킹클래스를 마치고 쉴 겸 숙소로 돌아왔다. 

 

매일이 오늘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