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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 단기/일본(2015)

[교토] 넷째 날 / 지친 몸을 이끌고 간 목욕탕, 그리고 우론자(URONZA) 게스트하우스(2015.02.15)

by 해바라기 씨 2020. 5. 22.

 

 

새벽 여섯 시에 버스에서 내렸다. 

눈앞에는 바로 교토 역이 보였고, 새벽 내내 아파진 무릎이 말을 듣지 않아서 처음엔 생략하기로 한 대중목욕탕을 찾아가기로 했다.

 

 

교토에 아는 목욕탕이 있을 리는 없고, 무작정 역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기웃거렸다. 

 

이른 새벽인데도 화장실에 사람들은 북적북적했다. 관광안내소는 당연히 문이 닫혀 있었다.

 

줄 서서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오고 나니 역 안에 사람들이 더욱 북적거렸다. 넓디 넓은 역 안을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어디 문을 연 안내소가 없나 기웃거리던 찰나, 막 문을 연 곳을 발견했다.

 

기쁜 마음으로 그곳 직원 아저씨에게 갔지만 목욕탕이라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서

눈을 마주친 상태로 한참 머뭇거리다 후로야, 후로야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아저씨는 절뚝거리며 들어오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면서 근처 목욕탕이 있는 건물 위치를 가르쳐 주고 안내소에 있던 할인 쿠폰 같은 것도 손에 쥐여주었다. 멀리 나와서 몸이 힘드니 별일이 다 짠하게 느껴지더라.

 

 

 

 

막상 건물을 찾아서 가보니(바로 앞인데 30분은 걸렸던 것 같다) 아직 개장시간이 아니라서

또 그 건물 주변을 맴돌다가 들어갔다.

 

 

 

 

처음에 카운터에서는 신발만 작은 캐비닛에 넣는데, 소지품 넣는 곳이 너무 작아서 이 캐리어를 어떻게 넣어야 되나...

작은 에코백을 쑤셔 넣다가 카운터 직원이 거기는 신발 놓는 곳이라고 말해 주었다. 창피하게...

 

수건 두 장과 캐비닛 열쇠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자 좁은 복도에 소지품 보관용 큰 캐비닛이 있었고,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화장대도 몇 개 되지 않는데다 그것들이 전부 비치된 복도도 굉장히 좁아서 캐비닛에 캐리어를 넣은 상태로 캐리어를 열어서

옷이랑 속옷을 꺼내고, 다시 벗은 옷을 정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아마 좁은 복도에서 쪼그려 낑낑거리는 동안 사람들 지나가는 길을 한참 막았던 것 같다.

 

 

 

 

정말 동네 작은 목욕탕 같은 곳이었다. 깨끗하고, 샤워기 자리마다 의자, 샴푸, 린스, 비누, 대야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탕은 두세 개 밖에 안되었지만 무엇보다 아침에 새로 간 첫 물?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아무도 들어간 적 없는 탕에 내가 제일 먼저 씻고 들어가니까 뭔가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얼었던 몸도, 시린 무릎도 다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오면서 찍은 목욕탕 입구 사진. 이 앞에서 입장 티켓 같은 걸 구매하고 들어가면 된다.





목욕을 하고 나오면 나른해지는 게 맞는데, 하도 아프다 보니 정신이 오히려 맑아졌다.

 

오늘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짐을 맡기러 예약한 숙소를 찾으러 나섰다.

내가 예약한 곳은, 교토에서 좀 유명하다는 곳, 우론자 게스트하우스(URONZA GUESTHOUSE)이다.

 

원래 싼 게 비지떡이라고, 교토에서 제일 싼 곳만 찾아서 검색하다가 발견한 곳인데, 저렴한 편이지만 제일 싼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굳이 예약했던 이유는, 이곳이 문화재로 지정돼서 운영되는 숙소였기 때문이다. 

건물 전체가 나무로 된 목조건물이고, 지은지 아주 오래되어서 난방기구 같은 것도 사용이 자제되는 곳이다.

 

 

 

묵는 건 하루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침에 건물을 맡기고 그다음 날도 짐을 맡겼다가 찾아가는 과정에서 

숙소와 역을 왔다 갔다 하는 길에 정말 익숙해졌다.

 

 

교토 역 D3 버스 정류장에서 26번 버스를 탄다. 

 

 

정말 자주 탔던 26번 버스.

 

 

 

 

 

이 사진은 길을 찾는 데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26번 버스를 타고 약 15분~20분 뒤에 시조호리카와(Shijo-Horikawa)에서 내리면 된다.

내리면 버스 방향으로 잠시 걷다가, 첫 번째 코너에서 좌회전한다(신호등 없음)

골목길을 쭉 따라 걷다 보면 왼쪽 거리에 있는 두 번째 블록 가운데에 숙소가 위치한다. 주변에 표시된 주차장도 보일 것이다. 두 주차장 사이에 우론자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한다.

 

 

 

 

 

 

 

 

 

이 날 15일에는 아침에 비도 오고 날씨가 많이 안 좋아서 숙소 사진을 찍지 않았다. 위 사진은 16일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숙소를 찾아서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젊은 아저씨가 나를 반겨 주었다. 일본식 영어 발음으로 주의할 점을 이야기해 주었고,

짐만 맡기고 저녁 일찍 다시 오기로 하고는 숙소를 나왔다.

 

 

밑의 사진들은 이 날 저녁에 찍은 사진과 다음 날 아침에 찍은 사진들이다.




 

깜깜해진 저녁의 게스트하우스 2층 복도의 모습은 되게 으스스하다.

 

원래는 이곳이 인기가 정말 많아서, 알아볼 때는 한달 전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했는데

이 날 예약자는 나를 포함하여 세 팀 밖에 없다고 했다. 이상하게 손님이 없는 날이었다.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도 나무로 되어 있는데, 한 발자국 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위 사진은 2층 복도에서 1층 중간 복도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이다. 옛날식 가정집 느낌이 난다.

 

 

 

 

 

 

밤이 늦어지면 2층에서 주변 가정집을 내다봐도 깜깜하다.

 

 

 

 

 

 

 

막 찍은 2층 있는 공용 세면대. 2층에는 이렇게 공용 세면대가 하나, 변기 칸이 2개 있다. 샤워 칸은 1층에 두 개이다.

정말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아침 저녁으로 세수할 때 정말 기분이 좋다. 세면대에는 비누랑 헤어 드라이어가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겨울이라 세수할 때 정말 추웠다.

 

 

 

오래된 목조 건물이라 그런지, 절에서만 날 것 같은 나무 냄새가 건물 안에 가득했다. 기분 나쁜 냄새는 절대 아니었고, 어딜 가나 나무 향기가 나서 되려 기분이 좋았다.

밤에는 2층에 올라가서 내 방에 들어갈 때까지, 삐걱거리는 계단과 어두운 복도, 드드득 하면서 열리는 미닫이문까지 괜스레 걸음이 빨라지게 되지만, 날이 밝으면 분위기라는 것으로 가득 찬 곳이다.

 

2층 방을 쓰는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그런가..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서, 작은 테이블 위에서 끄적거리는 연필 소리도 정말 크게 들린다.

 

 

 

 

 

 

 

감기에 걸릴 것 같아서 마신 차. 1층에는 티포트도 비치되어 있다.

 

 

 

 

방에도 일본의 냄새가 물씬 난다. 나무 냄새가 이렇게 매력적인 줄 몰랐었다.

 

 

할 일이 없어서 저녁때는 1층의 공동 장소로 내려왔다. 

거실 같은 곳인데, 가스난로가 켜져 있고,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컵과 스탠드, 간단한 차 티백 등이 비치되어 있다. 폭신한 방석도 있었고.

 

자기가 썼던 컵은 방에서 나오면 복도에 있는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해야 한다.

복도에는 싱크대와 식기 건조대, 공용 냉장고가 있고, 거기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샤워칸이 두 개 있다.

 

 

 

 

 

 

 

차를 한잔 마시고 2층으로 올라오면서 찍은 사진. 계단 뒤에 있던 건데. 아마 소파 같은 거겠지..?

 

 

 



 

직원분이 오늘은 예약자도 없고 조용할 거라며 특별히 2인실 다다미 방을 내어 주었다(다다미 방, 침대 방 두 가지가 있다).

2층에 혼자, 넓은 방에 있으니 일본 요괴(...?)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천장 불은 끄고 작은 불은 켜고 잤다. 겨울이라 하다못해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솔직히 무섭더라.

 

 

 

 

 

 

 

 

 

 

맑은 날 아침 숙소 2층은 이런 느낌이다. 저기 보이는 안쪽 방이 내가 썼던 방이다.

 

 

 

 

 


 

1층 중간에 꾸며진 정원.

 

 

 

 

 

 

우론자 게스트하우스의 숙박비는 1박에 3000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호텔처럼 좋은 시설로 되어 있는 곳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깨끗하고, 주택가라서 건물 밖에서 들리는 소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http://www.uronza.com/

 

胡乱座 URONZA GUESTHOUSE

胡乱座は、京町家の安宿です。URONZA GUESTHOUSE is a budget accommodation using the typical wooden house constructed with t...

www.uronza.com

위 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 영어도 같이 지원이 되고, 숙소까지 오늘 법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물론 영어로).

 

 

 

 

 

지금껏 여러 번 여행하면서 좋았던 숙소 중 하나다.

친구끼리 교토에 가게 된다면 한 번쯤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