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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 단기/일본(2015)

[됴쿄] 셋째 날 / 4시간동안 헤매다, 이케부쿠로, 도쿄-교토 야간버스

by 해바라기 씨 2020. 5. 22.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서 짐을 가지고 나왔다.

 

오늘 밤은 숙소에서 묵는 게 아니라, 교토로 넘어가는 야간버스에서 보내게 되었다.

 

여행 전에 미리 예약해 두었는데, 고속버스 회사가 신주쿠에 위치해 있어서 그곳 코인락커에서 짐을 맡겨둔 후

이케부쿠로를 구경하고 여유 있게 버스를 탈 예정이었다. 버스 출발 시간은 오후 10시였다.

 

 

스미토모 빌딩의 버스터미널로 찾아가기 위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신주쿠에서 내렸다.

 

버스 회사에서는 신주쿠 서쪽 출구라고 했는데, 도대체 거기가 어딘 건지... 

난 분명히 서쪽 출구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주변 어디에서 스미토모 빌딩은 없었다.

 

이건 뭐 출구도 잘 못 찾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근무 중인 경비? 교통정리? 아저씨께 스미토모 빌딩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봤다.

 

아저씨 말로는 여기가 아니라더라.

 

꽤 멀리 있다고 하시며 가는 길을 가르쳐 주셨는데, 가는 길이 복잡해서 중간까지만 기억하고 따라가다가 다시 길을 잃었다.

어쩔 수 없이 구글 지도를 따라갔다. 

 

구글 지도는 나를 혼란스럽게 하기만 했는데, 그날은 다행히도 스미토모 빌딩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지하철에서 나온 지 거의 30분 만에 건물에 도착해서, 코인락커를 찾아갔으나...

 

모든 락커가 사용 중이었다. 

 

 

 

나는 망연자실해서 다시 캐리어를 끌고 건물을 그대로 나와야만 했다.

 

 

 

그 캐리어를 끌고 다시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가는데, 일본 지하철역은 어찌나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신주쿠가 유난히 큰 건지... 신주쿠 역 안에서 쓸 수 있는 코인 락커를 찾을 때까지 한 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녀야 했다.

 

물론 코인락커도 오후가 되어 다 사용 중인 상태였다.

 

 

갈 길이 먼데 신주쿠에서 왔다 갔다 하기만 하는 상황이 정말 심신을 지치게 했지만, 당장 어디 앉을 곳도 없었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갈 만한 곳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케부쿠로 역에 있는 코인락커에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이케부쿠로도 어마어마하게 복잡했다. 서울 지하철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서울 못지 않게 사람도 많고 길도 여러 개라서 어디가 어딘지 가늠하기 힘든 데다, 보이는 코인 락커마다 다들 사용 중이어서

헤맬수록 마음은 급해지고,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눈에 보이는 락커란 락커는 다 찾아보고, 어느 순간부터 자꾸 같은 장소만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코인 락커 몇십 대가 따로 비치되어 있는 곳을 발견했고, 4시간 만에 무거운 짐을 손에서 떼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케부쿠로 역을 빠져나왔다. 다니다 보면 지칠 수도 있는 거지. 근데 정말 울 뻔했다.

 

 

 

 

 

 

 



다리가 시린 채로 이케부쿠로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참 논란이 있던 시기에 발견한 김현중 일본 새 앨범.

 







우연히 발견한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점.






맨 위층에서는 특별 전시 같은 걸 하고 있었다.

 

 






보고 놀라서 몰래 찍어봤다.







이케부쿠로를 검색하면 선샤인 시티가 항상 같이 떠서 뭐 하는 곳인가 하고 찾아와봤다.
그냥 대형 건물이었다. 호텔, 식당, 쇼핑센터 등이 모여 있는... 딱히 재밌지는 않았고, 적당한 가격의 식당을 찾느라 애먹었다.





여기서 처음 먹어본 돈가스 나베. 바삭한 돈가스를 왜 물에 적셔 먹는지 이해를 못했었는데, 먹어 보니 이렇게 먹는 것도 맛있었다.

 



돈가스를 먹다가 옆자리에 한국 사람을 만났다. 부부였는데, 아이 엄마는 한국 사람이었고, 아빠는 일본 사람인 것 같았다. 

내 손톱에 쓰여 있는 한글을 보고 한국말로 인사를 하셔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가 참 예뻤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에게 서비스로 주는 우마이봉을 열심히 먹고 있었다. 






챙겨 보는 만화가 딱 2개 있는데, 아는 캐릭터 얼굴이 있어서 뭔가 하고 두리번 거렸던 곳이다.

그 만화에 맞게 꾸며놓은 곳에서 게임 같은 걸 하는 것 같은데.. 얼핏 보니까 혼자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그냥 돌아섰다.

 

갑자기 심심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케부쿠로에서는 애니메이트를 구경하고, 선샤인 시티를 구경하고, 저녁식사를 한 것뿐인데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원래 계획은 짐만 금방 락커에 맡기면 거의 오후의 6시간 정도는 이케부쿠로를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게 속상했다.

한편으로는 계획을 빡빡하게 세우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저녁이 늦어지자 거리에는 게임센터 같은 곳만 북적거리고, 딱히 할 것도 없어 보여서 짐을 찾고 일찍 신주쿠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그 장소를 찾아가는 데 약간의 시간을 더 투자하고, 버스 터미널 안에서 수속 절차를 진행한 뒤 한참을 기다리고 앉았다. 버스 출발 시간은 오후 열시였는데 8시부터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물을 사고,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내가 탈 버스는 WILLER EXPRESS 사의 도쿄-교토 야간 버스였다.

 

후기를 봤을 때 한 번쯤 해봐도 좋을 경험이라고 해서 미리 예약해 두었는데, 한번 이동하는 데에 비싼 신칸센을 타는 건 사치 같아서, 숙박비도 줄일 겸 준비했다.

 

윌러익스프레스에서 버스를 예약하려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게 제일 편하다. 한국어로도 예약할 수 있다.

 

http://willerexpress.com/ko/

 

 

도쿄에서 교토까지는 버스로 8~9시간 정도 소요된다. 

 

긴 시간이기도 하고 버스에서 밤을 새는 식이기 때문에 좌석 상태가 중요하므로 적당히 괜찮은 시트의 버스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버스마다 시트의 종류라던가 좌석이 눕혀지는 정도가 다 달라서 이것저것 옵션을 확인해 가며 예약하는 게 좋다.

물론 가격은 좀 더 올라간다.

 

 

 

 

 

 

 





내가 탔던 버스.






내가 앉았던 좌석이다. 버스 중에서 중간 정도 되는 가격이었던 것 같다.





USB 포트를 꽂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안마 기능도 있었다.

공항 리무진? 같은 좌석이라서 편하게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근데, 이날 너무 무리해서 걸어 다닌 탓일까, 왼쪽 무릎이 아파지면서 이날부터 무릎이 고장이 났다.

 

짐을 끌고 오랫동안 걸어 다닌 탓에 무릎에 무리가 가고, 잠도 제대로 누워서 잔 게 아니라 어정쩡하게 다리를 편 정도였기 때문에 잠도 거의 자지 못 했다.

 

 

그래서 이 날 이후, 여행 내내 무릎 통증 때문에 절뚝거리며 걷게 되었다. 



 

무릎이 불편해서 한두 시간 정도 선잠을 자고 깨어 있었다. 

창문의 커튼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휙휙 지나가는 동안, 밖을 내다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새벽에 겨우 한 시간 정도 잠들었지만, 교토 역을 놓칠까 봐 미리 설정한 알람에 일찍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