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보다 늦게 일어났다. 한 30분? 다행히도 쟤네는 어제 섹스를 안 한 것 같다. 나도 어제 크림 히어로즈를 보다가 기절해 버렸고 몇 시에 잤는지는 모르나 계획보다는 일찍 잤다. 아침에는 돼지고기와 당근, 아스파라거스를 구워서 빵과 차와 먹었다. 오로지 소금만 더했다. 먹을 만했다. 쌀을 먹으려고 저번에 샀는데 쓸 일이 많이 없다. 오늘은 저녁을 그냥 굶으려 한다. 엄마가 얼굴이 부어 보인다고 해서.
어제 늦게 체크인 한 한국 팀 중에 어떤 남자가 아침에 부엌에서 말을 걸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죄송하다, 아줌마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막상 들었을 때는 그런가 하고 말다가 그 사람이 가고 나서 곱씹어 보니 불쾌했다. 아줌마처럼 보이면 한국인이 아닌 것인가? 그리고 내가 아줌마처럼 보였다는 말이 아닌가. 어디를 가도 눈치 없는 인간이란. 자기가 뻘소리를 해 놓고 한 줄도 모른다. 한국인이 아닌 줄 착각한 것보다 아줌마라고 지칭한 게 더 미안해야 할 일인데 죄송은 다른 곳에 갖다 붙인다. 아무튼 엄청 기분이 나빴다. 내가 30대도 아니고 이제 스물셋인데요... 덕분에 출발 직전에 기분을 정말 망쳤다. 먹는 동안 한참 그 생각을 하다가 나갔다.
조금 늦게 나가서 저번처럼 지하철이 꽉 차지는 않았다. 에스파냐 광장에서 내려서 몬주익 분수를 지나 카탈루냐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보는 데 한참이 걸렸다. 모더니즘 끝부분 빼고는 다 기독교에 관한 작품들이었다. 모든 작품이 진품은 아니지만, 스페인 예술을 역사에 따라 이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비록 이해는 거의 못 해도... 정말 많은 작품이 있다. 관람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미술관이 높은 곳에 있어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끝내줬다.
버스를 타고 대성당 쪽에 있는 좋은 레스토랑에 갔다. 한글지도에 소개된 곳도 한 번 가 볼까 해서 고른 곳이었다. 원래는 비싼 곳인데 점심 메뉴(메뉴 델 디아)가 싸고 좋다. 11유로인데 나는 가격을 조금 추가해서 대구 요리를 먹었다. 진짜 맛있었다. 얼굴 빨개지게 와인을 마시고 코르타도도 마셨다. 코르타도는 최고다. 에스프레소 입문자인 내게 딱 맞는다. 최고 최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왔다. 바르셀로나는 지하철도 잘 되어 있지만 구글 지도만 잘 따라 보면 버스가 더 좋은 것 같다. 숙소 근처로 깊숙이 들어오고 잘만 타면 지하철보다 덜 걸어도 된다. 무엇보다 지하철은 답답하니까. 버스는 기사분도 친절하고 구석구석 다니면서 동네 구경하기 참 좋다. 노선도 다양하고.
숙소에서 잠깐 멍 때리다가 우표를 사러 나왔는데 좀 찾아다녀야 했다. 슈퍼에도 없고 서점에도 없고. 서점 아저씨가 가르쳐준 담배가게에도 없어서 다른 담배가게를 찾아가 샀다. 싸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엽서를 보낼 수 있다.
오는 길에 꽃집에서 장미 한 송이를 샀다. 2유로인데 안개꽃이랑 큰 이파리로 포장도 해 준다. 받고 꺄-! 하며 오버를 하니까 건네주던 언니도 같이 꺄 한다. 즐겁다.
방금 한국인 여자분이 한 분 들어왔다. 배고프다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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