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몬주익 쪽으로 갔다. 날씨가 따뜻할 줄 알고 아침 일찍부터 나와 초록 패딩 없이 돌아다녔는데, 엄청 추웠다. 진짜 추웠다. 특히나 성은 산에 있고 아침이라 더했다. 에스파냐 광장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는데 오픈이 10시라 좀 기다렸다. 그래서 거의 첫 번째로 입장했다. 너무나 조용했다. 날씨가 미쳐서, 지구가 둥글게 말린 느낌이 들 정도로 저 멀리 있는 구름까지 수평선과 맞닿아 보였다. 사진으로도 예쁘게 담았다. 둘러보다가 어떤 지점에서 완벽하게 혼자 서 있었다. 새소리도, 햇살도, 그늘도 잘 맞았다. 다만 너무 추웠다.
성에서 내려와 올림픽 경기장에서 잠깐 내렸는데, 볼 게 없어서 다시 내려와 스페인 마을로 갔다. 여기도 볼 게 없었다. 비싼 입장료가 아까워졌다. 너무 추워서 의욕도 없었고, 그냥 예쁘게 꾸며놓은 게 전부였다. 그래서 다시 버스를 타고 광장에서 갈아타고 카탈루냐 광장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점심 먹을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수제버거 가게에 들어갔는데, 가격은 우리나라 가로수길 수제버거 가격과 비슷하면서(어쩌면 더 싸다) 엄청 맛있었다. 패티가 정말 두꺼워서 소고기 느낌이(ㅎㅎ) 나고, 미디엄 레어로 부탁했더니 육즙이 가득했다. 클라라(스페인 레몬 맥주)도 맛있었다. 다만 감튀는 고구마스틱 마냥 말라비틀어졌다. 대체로 좋았다.
덜덜 떨기 전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서 패딩을 챙겼다. 3시가 다 되었고, 어디를 갈지 몰라 고민하다가 승주가 말했던 파빌리온으로 가기로 했다. 근데 아침에 갔던 거기, 몬주익 분수에 카탈루냐 미술관이 있던 바로 그곳이었다.
파빌리온은 2.6유로의 입장료도 받았다.
심플함의 끝이었다. 곡선 없이, 수평 수직선으로만 이루어진 디자인. 연못인지 수족관인지 얕은 물의 수면마저 수평을 유지하고 있었다. 조각상만이 유일하게 곡선으로 서 있었다. 매우 딱딱한 기분이 들기보다는 편안했다. 정돈된 기분이었다. 잠깐 승주와 카톡을 했다. 그리고 분수를 지나 미술관 쪽으로 올라갔다. 미술관 건물은 참 아름다워서 사진을 몇 번이나 찍었다. 또 높은 곳에 있어서 광장과 바르셀로나 시내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참 멋졌다.
노을이 지는 모습이었다.
이때가 5시쯤이었는데 미술관은 6시에 마감이라서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미술관 마감시간이 거의 다 돼서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아까보다 더 그림자진 미술관 건물의 정면.
숙소에 오니 프랑스인 여자 세 명이 같은 방에 체크인했다. 그중 두 명은 연인이었고, 셋이서 친구인 것 같았다. 내가 있든 없든, 옆에 친구가 있든 없든 쉴 새 없이 쪽쪽거리며 키스를 해댄다. 프랑스인이 키스와 섹스를 가장 많이 한다던데, 방에는 마침 여자 투숙객 밖에 없었다. 혹시 오늘 밤 섹스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진짜 불쾌할 것 같은데. 좁아터진 매트리스에 굳이 두 명이서 누워서 뭔가 속삭여댄다. 쉿쉿 거리는 소리가 간지러워서 이어폰으로 귓구멍을 막았다.
아까 파빌리온에서 산 엽서를 S양에게 보내려고 직원에게 방법을 물어봤다. 근데 진짜 문제는 주소 쓰는 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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