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시발 방금 종이에 뭐 묻음 ㅅㅂ
오늘도 일찍 눈이 떠졌다. 5시 반쯤? 부스럭거리다가 나왔다. 밥을 해 먹으려고 기다리다가 어제 산 쌀로 7시에 죽을 끓였다. 처음엔 리조또를 만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퍼져서 죽이 됐다. 어제 사놓은 돼지고기(먹어보고 나서 돼지고기인 것을 깨달음)를 구워 잘라 넣고 마지막엔 달걀을 풀어 넣었다. 다시다까지 넣으니 완벽했다. 다만 또 양 조절에 실패해서 배가 터질 것 같이 먹어야 했다.
(리조또로 시작했으나 죽이 되어버린 요리)
방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부스럭거렸더니 짐을 다 챙기고 나갈 땐 같은 방 사람이 문을 잠가 버리더라. 좀 짜증 났다. 근데 이제 와보니 다들 체크아웃한 것 같다. 개꿀.
시간이 많아서 대성당 쪽으로 이동했다. Hola BCN을 개시하고 지하철을 탔다. 날씨가 참 따뜻하다. 추워봤자 후드에 패딩조끼 걸치면 충분해서 몸이 가볍고 좋다. 어제는 주말이어서 거리가 한산했던 거고, 오늘은 사람이 많았다. 무료입장 시간이라 대성당을 무료로 보고, 근처에 있는 보케리아 마켓까지 걸어갔다. 사람은 많았고 군것질거리도 많았다. 근데 딱히 저렴한 것 같지는 않았다. 타파스도 비쌌다. 뭔가 배가 불편해서 시장 앞 식당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는 화장실을 썼다. 이곳 물가는 서울보다, 제주보다 확실히 싸다. 비싼 건 대중교통 정도? 그것도 유럽 치고는 싼 것 같았다.
이거 하나만 사먹었다
피곤하고 두통이 좀 있어서 카페 콘 레체 하나로 뻐기다가, 지하철을 타고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갔다.
(에스프레소를 먹는게 익숙해졌다)
예약한 시간보다 훨씬 일찍 오는 바람에 또 시간이 남아 사진을 찍고 공원에 앉아 한참을 멍 때렸다.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조금 내리다 마는 비... 좋았다.
조금 일찍 입장했다. 비가 더 올까 봐 조바심이 났기 때문이었다. 처음 봤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빛이 참 좋다. 자연광을 이용해서 그만큼 내부를 밝히는 게 눈에도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그 어떤 빛보다도 화려하다. 가우디의 작품으로 고딕만이 고상함과 웅장함의 대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건너편 공원에서 찍은 사진. 이 자리가 명당이다
또 발바닥이 뜨거워지도록 걷다가 숙소 근처 식당으로 갔다. 나오는 건 그저 그랬는데 가격이 매우 쌌다. 처음엔 24유로로 나와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보니 13.65유로였다. 계산하고 나니 뭔가 이상해서 다시 가서 봤는데 내가 먹은 오늘의 메뉴인 '메뉴 델 디아'가 11유로였다. 샐러드 한 접시, 빵, 구운 고기, 후식까지 11유로라니... 거기에 내가 추가로 주문한 크로켓까지 합친 금액이 13.65였던 거다. 머쓱해진 나는 고맙다고 하고 나왔다. 사실 18유로인 줄 알고, 내가 돈을 덜 낸 게 아닌가 해서 다시 간 거였는데 정말 가격이 싼 거였다. 개이득! 직원들은 화내지 않고 설명해줬다. 나는 이럴 때마다 내가 참 쭈글해진다는 걸 느낀다. 내가 정가보다 돈을 덜 냈든, 많이 냈든...ㅎㅎ
지금은 일찍(또! 다니다 보니 너무 지쳐서 일찍 올 수밖에 없다) 들어와 씻고 앉아있다. 일찍 오면 부스럭거려도 되고 샤워도 쉽고, 짐을 막 정리해 둘 수 있어 좋다. 그리고 5시면 거의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어차피 돌아와야 한다. 문제는 이제 11시까지 버텨야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5시간... 그래도 오늘은 꼭 안 자고 악착같이 버텨야 내일 새벽에 안 일어날 것 같다. 오버워치나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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