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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 단기/일본 야쿠시마(2017)

둘째 날, 야쿠시마 국립공원 서부삼림, 야쿠스기 자연관(2017.02.06)

by 해바라기 씨 2020. 5. 25.

이나카하마 해변에서 매년 돌아오는 거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서는 돌아오는 그들의 개체 수를 유지하고 산란 장소를 보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질문하였다. 

해변에서 차를 타고 해안 도로를 따라 이동하여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이 국립공원 서부 삼림이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원숭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서로 털을 골라주는 원숭이들이 잔뜩 있다. 자동차를 무서워하지 않으며, 운전자 또한 숲에서 난폭하게 운전하지 않는다. 

야쿠시마는 한적하고 따뜻한 곳이다.


차에서 원숭이와 사슴을 구경하며 한참을 들어갔다. 적당한 곳에서 내려 안내자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숲 안으로 들어오니 햇볕이 들지 않아 바람이 쌀쌀했다. 
화강암으로 된 섬이라 그런지 큰 바위들이 거의 다 화강암이었다. 암석 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사슴들은 크게 경계하지 않아서, 5m 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사슴 똥을 여러 번 밟았다.


야쿠시마에는 사슴이 많다. 이곳의 사슴은 특히나 크기가 작고 엉덩이가 하얗다. 

사슴들은 숲속을 누비며 자기 키에 닿는 풀들을 먹어치운다. 숲의 나무들은 사슴의 키에 맞춰서 자랐다가는 살아남지 못한다. 낮은 곳에 뿌리내린 나무들은 싹이 먹혀버리고, 높은 암석이나 길이 성장을 탁월하게 한 묘목만이 남는다. 그런 줄기들이 모여 위와 같은 모습을 띤다고 한다. 아래에서 위로 성장한 것들도 있지만, 다른 나무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오면서 자란 것들도 있다.


숲을 빠져나와 다시 해안 도로에 경치가 좋은 곳에서 잠시 내렸다. 


유명하다는 폭포도 잠깐 구경했다.

야쿠시마의 환경의 역사와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삼나무에 대해 알기 위해 야쿠시마 자연관을 찾았다.
친절하신 해설사가 자연관 내부를 한 바퀴 돌며 설명해 주셨다. 우리 팀에는 일본어 통역이 가능한 여행사 직원분이 계셔서 해설사 분이 일어로 말하면 그분이 통역해 주셨다. 

야쿠시마의 '야쿠스기'는 천 년이 넘은 야쿠의 삼나무를 지칭하는 말이다. 야쿠시마에서 가장 큰 스기(삼나무)는 '조몬스기'로, 실제로 보려면 5-6시간을 등산해야 한다고 한다. 약 50년 전에 발견된 조몬스기는 현재까지 살아 있는 나무로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으나 대략 7000년 정도 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삼나무의 나이가 500년인 것에 비해 야쿠시마엔 1000년이 넘은 삼나무가 많은 것은 이 지역의 기후 때문이다. 한 해의 부피 성장을 거의 하지 않아 나이테가 매우 촘촘하며, 수직 성장도 매우 느리다. 야쿠시마 토양에 영양이 그렇게 많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또한 성장이 느리고 오래 살 수 있는 이유는 삼나무 수액의 기름기 때문인데, 이 수액은 병충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 

약 500년 전 에도시대부터 40년 전까지 벌목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일본 본토에서 많은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야쿠시마의 삼나무는 에도시대에는 지붕의 너와로 이용되었고 근대에는 선로가 설치되어 더 다양한 용도로 벌목되어 운반되었다. 옛날에는 아주 곧은 삼나무를 상징적으로 여기고 사용하였기 때문에 결이 굽고 울퉁불퉁했던 조몬스기, 야요이스기 등은 남게 되었다. 일본이 제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상당수의 나무가 벌목되었으나 이제는 보호 차원에서 벌목하지 않는다. 현재는 벌목하고 남은 그루터기들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으며, 자연관에서는 그런 것들을 모아 공예품을 만들고 관내에 전시하고 있다.


야쿠시마의 스기 중 하나인 '기원스기'의 내부와 표면에는 여러 다른 식물들이 뿌리를 내려 산다. 같은 종인 삼나무뿐만이 아니라 편백나무 등 총 7개 종류의 식물이 관찰된다. 야쿠시마는 바위가 많아 토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영양이 적어 같은 식물인 나무에 뿌리를 내려 자라는 종이 많다. 6월이 되면 하나의 나무에 여러 종의 꽃이 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친절하신 해설사분의 설명을 듣고 나니 저녁 시간이 되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이동하고, 녹음하고, 사진을 찍느라 녹초가 되어 있었다. 숙소는 가까웠고 팀원들이 주변 마트에 잠시 들리는 동아 나는 미리 숙소에 가 있기로 했다.

숙소는 타시로 료칸 아넥스
https://www.hotel.info/en/ryokan-tashiro-annex-yakushima/hotel-531729/
일본의 료칸이라고 하기엔 조금 떨어지고.. 일본식 호텔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야쿠시마에는 숙소도 상점도 많지 않다. 큰 호텔도, 캐주얼한 게스트하우스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에서 이 정도의 번듯한 숙소는 충분히 가볼만하다. 꽤 낡고 춥지만 저녁 식사도 괜찮고 일층에는 착은 목욕탕도 구비되어 있다.



숙소 사진을 많이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진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아무튼 나는 숙소에 미리 가서 옷을 챙겨 일층의 목욕탕으로 이동했다. 일본의 동네 욕탕은 꽤나 작은데, 이곳은 그런 곳보다 더 작았다. 작은 크기의 탕 두 개가 있었고(기억을 더듬어보기에),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예정에 없던 등산으로 얻은 피곤을 녹이기에는 충분했다. 증기로 가득 찬 작은 찜질방도 있어서 땀도 뺄 수 있었다. 

위 사진처럼 탕 바깥에 세면대와 화장대가 있다. 거울에 비치는 바구니에 짐을 보관한다. 작지만 정감 가는 곳이었다.

 

천천히 씻었던 탓일까, 탕을 나와서 방에 잠깐 대기하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평소보다 저녁 식사가화려해서 좋았다. 다만 음식은 좀 짰다. 심지에 저 돌솥 안의 밥도 간이 되어있다. 저 빈 종이 위에는 가고시마 특산 어묵을 올려 준다. 모든 반찬이 개인당 나누어져 있어서 양이 적어 보여도 먹다 보면 금세 배가 부른다. 철로 된 작은 냄비 안에는 육수가 들어 있어, 이곳에서 유명한 흑돼지와 당근, 대파 등을 넣어 샤부샤부를 해 먹는다. 

졸려서 반쯤 눈을 감고 먹은 것 같다.





몸이 고생스러워도 알짜배기만 골라 다녀온 것 같다. 일 년이 지나 포스팅하려니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기회가 온 것이 너무 신기하다. 내가 잘 한 것도 있고, 지원받은 것도 감사하고.